언론보도

공공기관 직원이 아르바이트생에 성폭력···“기관도 책임있다"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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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직원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면, 해당 직원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함께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관 측은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기관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서울동부지법(김유진 판사)이 지난 10월 피해자 A씨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공공기관 직원 B씨와 기관이 공동으로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A씨는 B씨로부터 주말에도 근무하라는 다그침을 받은 뒤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하던 중 B씨에게 피해를 당했다. 평소 B씨는 A씨와의 재계약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해왔다. B씨의 성폭력에 A씨가 저항해 미수에 그쳤다.

A씨는 회사에 신고했지만, 팀장 C씨는 “B씨가 처벌받으면 나까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냥 넘어가자”고 했다. “(A씨는) 원래부터 목소리가 야했다”며 오히려 사건의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 A씨가 공단을 찾아 도움을 호소하면서 공단이 A씨 사건을 맡게 됐다. B씨는 형사재판에서는 징역 1년6월의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2018년 3월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3·8 대학생 공동행동’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직장과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호소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2018년 3월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3·8 대학생 공동행동’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직장과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호소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A씨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가해자인 B씨와 기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756조 1항의 ‘사용자 책임’ 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B씨의 성폭력이 사무집행에 관한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기관 측은 재판 과정에서 기관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의 성폭력은 휴일에 두 사람만 있었을 때 발생해 기관으로서는 이를 알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 B씨가 A씨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선발하는 등의 인사권한을 갖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서 B씨 행위는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관 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직원이 고의로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 그 행위 자체가 사무집행은 아닐지라도, 성폭력이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사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면 사무집행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사용자 책임이 성립한다는 판결을 한 적이 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 관련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채용된 것으로 실질적으로 B씨의 업무지시를 받고 있었고,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될 때도 B씨 소개가 있었으며 별도 심사를 거치지 않았던 점을 감안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이 발생한 날이) 비록 휴일이기는 했으나 근무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등에 비춰보면, 이 사건 불법행위는 B씨의 사무집행과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기관 측은 사용자로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가 2018년 4월 전국 직장인 601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6.6%가 직장 내 성폭력 발생 시 인사팀의 대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가 2018년 4월 전국 직장인 601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6.6%가 직장 내 성폭력 발생 시 인사팀의 대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관 측은 사용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는 주장도 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매년 철저히 실시했고, 성희롱·성폭력 고충전담 창구를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기관 측은 A씨 신고가 있자 바로 사실조사에 착수한 뒤 B씨에 징계조치를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의 성추행의 정도 등에 비춰보면 해당 조치만으로 기관 측이 B씨가 성추행을 하지 않도록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공단의 송영경 변호사는 “사용자가 예견할 수 없는 성폭력 범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이번 판결이 사용자 책임의 기준 확립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21611001&code=940301#csidxf809f060d0f06af8f29ec37967d9048 3667069124_Q3cwEY5z_aae50d478f8cb104c0d167ec6d05b5ce605b03d7.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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