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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가족 목숨까지 위협하는 '스토커들'…처벌법 시행됐지만 숨는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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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목숨까지 위협하는 '스토커들'…처벌법 시행됐지만 숨는 피해자들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바둑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조혜연 9단.(한국기원 제공)© 뉴스1

"스토킹 피해자들은 참고, 숨고, 도망갈 수밖에 없어요."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36)은 1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족까지 피해자가 되는 최근 스토킹 사건들이 "끔찍하고 슬프다"고 했다.

지난 3월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해 최근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김태현, 지난 4일 은평구에서 20대 여성 BJ의 어머니인 50대 공인중개사를 살해한 후 극단 선택으로 숨진 30대 남성 모두 '스토킹'을 하다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조씨도 2019년 4월부터 1년여간 한 남성에게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다. 스토커는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을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스토커는 징역 2년형을 받아 복역 중이지만 조씨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 2022년 4월이면 출소하는 스토커를 원천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씨는 그가 '자유의 몸'이 되면 신변보호와 접근금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제게 용기를 내 고맙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요. 저는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렸죠. 그렇지만 보복이 무서워서 참는 피해자가 많아요. 저 역시 다른 동네로 학원을 옮겼야 했어요. 도망간 거죠. 그러나 피해 당사자가 피해야만 한다는 건, 사회가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오는 21일부터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조씨는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의 의미는 조씨에게 남다르다. 그는 이 법 제정의 물꼬를 튼 주인공이다.

스토킹 관련 처벌 법안이 국회에 등장한 건 1999년이지만 무려 22년 만인 지난 3월2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22년'이 걸린 건 스토킹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조씨의 스토커는 법 시행 전 범죄를 저질러 스토킹이 아닌 업무방해·협박·재물손괴 등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다.

조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스토킹처벌법 제정을 호소했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며 고통스러운 피해 경험을 알렸다.

조씨는 "만시지탄이지만 피해자들이 느끼는 불안,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던 스토킹을 범죄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결국 법으로 규정했다"며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스토킹 피해 증명은 여전히 어려워 개선이 필요하고 피해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신변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며 "보복이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신변보호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한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을 지원할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씨는 "피해자가 목숨 걸고 고소하고 스스로 방어하는 현실을 정부가 심각하게 살펴야 한다"며 "스토커 본인이 '내가 뭘 잘못했냐'고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들도 관심을 더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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