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아버지의 울분 "데이트폭력으로 살해된 내딸, 가해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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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울분 "데이트폭력으로 살해된 내딸, 가해자는..."
"달아나는 딸을 다시 끌고 들어와 마흔세 번을 찔렀다고..."
"사람이 어떻게..."
"그 말을 듣고 아이를 보는데 몸 어디에도 성한 데가 없어서..."


지난 5일 충남 당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버지는 연신 주먹으로 허벅지를 내리쳤다. 불쑥 찾아온 딸의 사고에 유가족이 되어버린 아버지는 그런 식으로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지난 1월 6일 오전 3시 40분경 서울 관악구에서 한 남성이 6개월간 교제 중인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벌어진 빌라는 여성의 거주지로, 남성은 여성이 전화를 받지 않자 다른 남성을 만난다고 의심해 빌라로 찾아갔고, 다툼 끝에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뉴스에나 나오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데이트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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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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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집으로 왔어요. 동생이랑도 사이가 좋았으니까. 뭐 사 온다고 그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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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딸을 그리워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상이었다.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아버지는 더는 주말을 기다릴 이유가 없어졌다. 휴대전화 사진 속 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지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아버지 기억 속의 딸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도움 없이 뭐든 잘하는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유치원도 가기 전에 한글을 뗐어요. 정말 똑똑하고 착한 딸이었어요. 똑 부러지는 성격 덕분에 학교에서도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할 말도 할 줄 아는 아이라 학생회장도 했어요. 여행도 무척 좋아했어요. 친구들이랑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여행 갈 때마다 딸이 빠졌던 적이 없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을 부모가 되어서 같이 가보지 못한 게..."

딸은 꿈을 위해 가족이 있는 당진을 떠나 서울로 올라갔다. 그때만 해도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죽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경찰서에서 딸이 잘못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듣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어요. 운전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떨려 아들과 반반씩하고 갔어요. 하루 뒤 경찰이 알려준 병원 안치실로 가서 딸을 확인했어요. 수사 진행을 위해서 부검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딸은 교제 중에도 종종 집에 와 처음과 달리 남자친구가 욕설이 잦고 행동이 난폭해 헤어지고 싶다고 얘기했다. 가족들은 오래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 헤어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끔찍한 비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뉴스에나 나오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내 딸에게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우리 아이 집에 불법 침입한 것도 모자라 구타를 하고, 무서워서 도망치는 애를 다시 잡아 43번이나 찔렀다는데... 그런데 그놈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밥 먹고 편하게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습니다. 경찰한테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울화통이 치밀고 속이 갑갑하고... 어떻게 그런 무서운 짓을 해놓고도 잘못했다는 말 한번을 안 하는지."

아버지는 딸에게 참혹한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행동하는 가해자의 진술에 치미는 분노를 어떻게 해소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일을 다니면 뭐하나 싶어서. 애가 그렇게 됐는데 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고. 그런데 집에 사나흘 있으니까 딸아이 생각에 너무 괴롭더라고요. 바쁘게 일이라도 하면 생각을 멈출 수 있어서 애 엄마도 일하러 나갔죠. 일하다가도 딸 또래 아이들 뒷모습만 보면 왜 우리 딸이 그렇게 가야만 했는지 떠올라서... 하아..."

아버지는 말을 잇기 어려운 듯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습관처럼 주먹을 꽉 쥐어 봐도 참아내기가 어렵다는 아버지는 밥때를 놓치기 일쑤고 뜨거운 밥을 뜨는 것조차 힘들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며칠 전 49재를 치른 가족은 딸을 가족들의 선산에 안장했다. 딸아이가 쓰던 물건을 일찍 정리해야만 하는 현실이 낯설기만 하다. 아버지는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뉘다가도 문득 딸아이가 겪어야만 했던 두려움과 고통에 억장이 무너져 내려 쉬이 잠을 청할 수도 없다고 한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해 보복 두렵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발생한 서울 관악구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발생한 서울 관악구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의 글이 올라왔다.
ⓒ 청와대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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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보내준 딸의 사진을 한 번씩 봐요. 보고 싶으니까. 항상 보고 싶으니까... 제발 그놈 강력하게 벌 받게 해주세요. 우리 딸한테 그렇게 못된 짓을 해놓고 얼마 살고 나오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관악구 데이트폭력 살해사건'은 피고인 측의 공판 연기 신청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오는 3월 22일 재판을 앞둔 가운데 동생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너뿐만 아니라, 너의 친구들까지도 모조리 찾아 죽이겠다'는 제목으로, 누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알렸다. 청원 제목은 평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협박할 때 한 말이었다. 피해자가 "그만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면 그때마다 가해자는 "너뿐만 아니라 너의 친구들까지 모조리 찾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동생은 "가해자가 치러야 할 대가가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며 "평소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가해자라 적은 형량을 마치고 사회로 나오면 일어날 수 있는 보복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현재 국민청원은 8만 7321명(3월 12일 오후 6시 30분 기준)이 참여했으며 청원 마감은 이달 21일까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당진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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